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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힐링이 되는 글/좋은글

못 위의 잠

by 목달이버선 2018. 1. 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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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

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

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.

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,못하나

그 못이 아니었다면

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


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

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

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제비,

거리에선 아직 흙 바람이 몰려 오나봐요

 

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

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 

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

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

 

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하는 못하나, 


그 위의 잠

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 나희덕, '못 위의 잠' -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        -출처: 아침편지- 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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