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  • CADventure
◆ 힐링이 되는 글/좋은글

연탄한장

by 목달이버선 2017. 12. 3.
반응형

연탄한장

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 

삶이란 

나 아닌 그 누구에게 

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


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 

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

연탄차가 부릉부릉

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

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

연탄은,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

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 

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

온 몸으로 사랑하고 

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 

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


생각하면 

삶이란 

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

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

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

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,나는 
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- 안도현, '연탄 한 장' -


 


 



반응형

'◆ 힐링이 되는 글 > 좋은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보이지 않는 그리움  (0) 2017.12.05
바람 속을 걷는 법  (0) 2017.12.04
문득 생각나는 이에게  (0) 2017.12.02
나그네  (0) 2017.12.01
당신과 나의 인연이  (0) 2017.11.29