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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힐링이 되는 글/좋은글

강변북로

by 목달이버선 2018. 4. 11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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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변북로



 

내 가슴의 동쪽에서 서쪽으로

달이 지나갔다.

강물을 일으켜 붓을 세운

저 달의 운필은 한 생을 적시고도 남으리.

 

이따금 새들이 떼 지어 강을 물고 날다가

힘에 부치고 꽃노을에 눈이 부셔

떨구고 갈 때가 많았다.

 

그리고 밤이면

검은 강은 입을 다물고 흘렀다.

강물이 달아나지 못하게

밤새껏 가로등이 금빛 못을 총총히 박았는데

 

부하의 총에 죽은 깡마른 군인이, 일찍이

이 강변에서 미소 지으며 쌍안경으로 쳐다보았느니

색색의 비행운이 얼크러지는 고공의 에어쇼,

강 하나를 정복하는 건 한 나라를 손에 쥐는 일.

 

그 더러운 허공을 아는지

슬몃슬몃 소름을 털며 나는 새떼들.

 

나는 그 강을 데려와 베란다 의자에 앉히고

술 한 잔 나누며

상한 비늘을 털어주고 싶었다.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- 강인한, '강변북로'

 

 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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