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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별의 질서
악양에서 이별을 생각하다
간절한 얼굴을 눕히면 기다리는 입술이 된다
한 사내가 한 여자를 큰물처럼 다녀갔다 악양에선
강물이 이별 쪽으로 수심이 깊다 잠시 네 이름쯤에서
생각이 멈추었다 피가 당기는 인연은 적막하다
내가 당신을 모르는 것은 내가 아직 나를 모르기 때문이다.
슬픈 육체가 육체를 조금씩 밀어내던 창백한 그 여름 당신의
등은 짚어낼 수 없는 비밀로 깊다 꽃은 너무 멀리 피어
서러움은 뿌리 쪽에 가깝다
사랑을 통과한 나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던 비애
우리는 어렵게 만나고 쉽게 헤어진다 내가 놓아 보낸
계절들 물결로 밀려드는 이별의 질서 나는 당신이란
한 문장을 쉽게 놓아 보내지 못한다 강물에 손을 담그면
당신의 흰 무릎뼈가 젖어 있다
- 서안나, '이별의 질서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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