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연어
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
죽기 위해서다
몸 속의 제 후손들을 일깨워
한 시절 유언하기 위해서다
이 고달픈 서울살이란 이런 것이다
죽기 위하여 죽을 수도 없이 사는 것이다
환향도 그 옛날의 모습이 아닐지 모른다
느슨해진 것이 냉천 물살만은 아닐 것이다
함석 쪼가리 같았던 젊은 날의 비늘
뚝뚝 떼어버리며 모천에 당도했을 때
몸 밖으로 스스럼없이 뚫고 나오는 저 힘찬
생명에게 오로지 몸을 쓰기 위해서다
죽는 순간까지도 그가
폐허가 된 육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
- 이성목, '연어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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