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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리에 기대어
가로수 그늘에 몸을 기대고 앉아
밤하늘을 올려다본다.
별 몇개가 떨어졌는지
잡풀 뒤에 숨어서 누가 울고 있다.
쓰르라민가, 풀무친가, 아니면 별빛인가
누구인들 어떠랴
머리를 가득 채우는 저 소리,
충만을 이내 견디지 못하는 나는
다시 하늘을 본다.
눈 멀어지니 귀도 멀어졌다.
그러나 소리 희미해질수록
마음은 가까워졌다.
소리는 풀잎 뒤에서가 아니라
내 마음은 갈피에서 나는 것 같다.
소리내는 그것을 만져보려고
풀잎을 쓰다듬으니 소리는 온데간데 없다.
가까이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여
내 안에 있지만 또한
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들이여
나는 해진 옷 끌고 와 여기서 울고
나는 그 옷자락이나 만지다 돌아갈 뿐
사라진 그 소리에
잠시 기대어 앉아 있을 뿐
-출처:아침편지 나희덕, '소리에 기대어'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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