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◆ 힐링이 되는 글/좋은글

비 오는 날에

by 목달이버선 2018. 1. 18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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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 오는 날에



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, 미안하다.


비닐 우산이여


나의 우산은 팽팽하고


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


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


이제는 걱정이 된다.


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


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


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


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


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


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.


몸이 젖으면 어떠랴


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


빗발이 드세기로


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


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,


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


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


이 비 오는 날에


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. 


  - 출처:아침편지 나희덕, '비 오는 날에'-




 


 
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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