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  • CADventure
◆ 힐링이 되는 글/좋은글

[좋은글] 독무(獨舞)

by 목달이버선 2018. 5. 19.
반응형

독무(獨舞)



 

 

검붉은 벽돌담을 배경으로

흰 비닐봉지 하나,

자늑자늑 바람을 껴안고 나부낀다.

 

바람은 두어평 담 밑에 서성이며 비닐봉지를 떠받친다.

저 말없는 바람은 나도 아는 바람이다.

 

산벚나무 꽃잎들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던 때,

눈물 젖은 내 뺨을 서늘히 어루만지던 그 바람이다.

 

병원 주차장에 쪼그리고 앉아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,

 속수무책 깍지 낀 내 손가락들을 가만히 쓰다듬어주던 그 바람이다.

 

제 몸 비워버린 비닐봉지는

하염없고 하염없는 몸짓을 보여준다.

저 적요한 독무는

상처의 발가락마저, 두 발마저, 지워버렸다.

 

- 엄원태, '독무(獨舞)'

 

 

 


반응형

'◆ 힐링이 되는 글 > 좋은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[좋은글] 내 삶을 기쁘게 하는 모든 것들  (0) 2018.05.20
[좋은글] 지우개  (0) 2018.05.20
[좋은글] 이별의 질서  (0) 2018.05.19
[좋은글] 빛  (0) 2018.05.18
[좋은글] 빈손  (0) 2018.05.18